(무비게이션)‘뉴 뮤턴트’, 완벽하게 새로운 ‘엑스맨’ 출발


정체성 혼란-트라우마 사로 잡힌 10대 돌연변이…새로운 ‘엑스맨’

크게 크게 작게 작게 2020-09-11 오전 12: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이름 만으로도 반가운 마블이다. 영화 시작과 함께 스크린에 등장하는 마블의 리더 필름’(영화사 로고가 등장하는)은 굳이 코믹스 마니아가 아니래도 가슴 설레게 하는 순간이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이후 사실상 1막을 내린 히어로 장르는 이제 새로운 변화를 기대케 한다. 배우들의 세대 교체도 있을 것이다. 단순한 선악구도 스토리 구성도 변주가 필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마블의 새로운 히어로 장르 시작을 알릴 뉴 뮤턴트는 좋은 방향타가 될 듯하다. 통제할 수 없는 막강한 힘부터 그 힘에 사로 잡힌 자아 분열, 그리고 히어로 장르 변주의 시작까지.
 
 
 
뉴 뮤턴트엑스맨세계관을 공유하고 있지만 프리퀄혹은 리부트개념과는 다르다. 전혀 다른 새로운 얘기다. 워낙 많은 캐릭터를 보유한 엑스맨세계관 속 10대 청소년 돌연변이를 통해 엑스맨시리즈의 새로운 시작을 설계한다. 우선 이 얘기는 기존 히어로 장르와 전혀 다른 색깔로 출발한다. 각각의 인물이 갖고 있는 끔찍한 트라우마를 기본 골격으로 한 호러 장르 개념을 도입했다. 기존 히어로 장르에 익숙한 국내 관객에겐 이질감으로 다가올 수도 있고, 낯선 투사(透射)일 수도 있다. ‘뉴 뮤턴트의 성공 여부가 향후 마블을 소유하고 이십세기폭스까지 인수해 히어로완전체를 꿈꾸는 월트디즈니의 미래 설계를 결정 지을 듯하다.
 
엑스맨시리즈 역시 최고 인기 캐릭터 울버린의 퇴장으로 1막을 마무리한 상태다. 때문에 뉴 뮤턴트울버린퇴장 이후의 새로운 엑스맨세계관의 정립이다. ‘엑스맨시리즈가 그 동안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근간으로 출발해 온 시리즈였단 점을 감안하면 뉴 뮤턴트는 정체성 혼란의 심연을 들여다 본 실험적 시도다. 정신병원에 수감된 10대 돌연변이 5명을 통해 각각의 인물이 겪고 있는 힘에 대한 혼란과 트라우마 그리고 그 모든 것과의 대면에서 얻어진 새로움을 알린다.
 
영화 '뉴 뮤턴트' 스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배경은 오롯이 정신병원이다. 정신병원이라고 하지만 어떤 폐쇄된 공간이다. 영화적으론 에섹스 주식회사가 운영하는 한 실험실이다. 에섹스 주식회사는 엑스맨 시리즈 세계관에서 가장 중요한 빌런 집단으로 그려진다. 그동안 엑스맨 시리즈에선 전면에 등장한 바는 없다. 하지만 이번 뉴 뮤턴트를 통해 앞으로 이어질 새로운 엑스맨시리즈의 빌런 집단이 될 전망이다.
 
등장 인물은 모두 엑스맨의 정체성 혼란을 고스란히 담은 다인종 집합체다. 미국 원주민 출신으로 막강한 힘을 보유한 대니, 늑대로 변신하는 백인 소녀 레인, 공간을 이동하는 백인 소녀 일리야나, 순간적인 파괴력을 소유한 샘, 태양에너지를 흡수하는 남미 브라질 출신의 로베르토.
 
영화 '뉴 뮤턴트' 스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이들 5명은 각자의 사연으로 이 시설에 갇힌 상태다. 각자의 사연은 큰 이유가 아니다. 그들은 서로에게 밝힐 수 없는 트라우마를 통해 이 시설에 스스로 갇혀 있음을 선택한다. 시설 책임자 레예스 박사는 그들을 통제하고 관리하며 연구하는 책임자다. 실질적으로 그들을 관리감독하지만 아직 힘의 실체에 각성하지 못한 10대 돌연변이를 두려워한다. 그는 에섹스 주식회사의 일원으로 이들 5명을 통제하고 연구하면서 비밀 실험을 진행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레예스 박사와 10대 돌연변이 5명의 관계는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 믿음과 신뢰의 관계다. 하지만 박사와 5명의 10대 돌연변이들은 각각의 심연을 드러내지 않고 들키지 않기 위해 치밀한 심리 게임을 펼친다. 힘을 숨기고, 또 그 힘을 밝혀내야 하는 관계의 속성은 이 영화가 기존 히어로 장르와 완벽하게 다른 지점을 바라보고 있음을 드러내는 정체성이기도 하다.
 
영화 '뉴 뮤턴트' 스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이런 지점 때문에 뉴 뮤턴트울버린으로 대표되던 기존 엑스맨시리즈와 전혀 다를 수 밖에 없다. 각각의 특별한 힘을 지닌 캐릭터들의 대결과 정체성 그리고 집단과 집단의 대립은 엑스맨시리즈의 화두였다. 반면 뉴 뮤턴트는 오롯이 폐쇄된 공간 속에서 성숙되지 못한 10대 돌연변이들의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에 불과한 스토리로만 채워져 있다. 여기서 불과한이란 부정적 의미는 미성숙의 단계 속에서 각성되지 못한 힘의 속성을 그린 연출 방식일 뿐이다. 강력하고 막강한 개인과 개인, 집단과 집단의 대립은 엑스맨의 전매특허였다면, ‘뉴 뮤턴트는 그 모든 것의 시작일 뿐이다. 그 시작에 방점을 찍고 출발을 알리는 얘기다.
 
엑스맨시리즈가 본질적 정체성으로 갖고 출발한 계층별 융합과 성소수자에 대한 표현까지 이번 영화에선 등장한다. 기묘할 정도의 느낌이지만 거부감을 드러낼 정도의 표현은 없다. 오히려 엑스맨시리즈의 본질이 더 투영됐단 판단이 옳다.
 
영화 '뉴 뮤턴트' 스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전체적으로 어둡다. 암울하다. 5명의 10대 돌연변이와 그들의 출발선을 설명한다. ‘엑스맨에 대한 언급 그리고 에섹스 주식회사의 등장이 이후 그려질 새로운 엑스맨 시리즈를 예감케 한다. 무엇보다 새롭다. 그런데 그 새로움이 무려 18년 동안 이어진 엑스맨시리즈에 길들여 진 전 세계 관객들에겐 어떤 평가를 받을지 궁금하다. 분명한 것은 뉴 뮤턴트는 완벽하게 새로운 엑스맨의 출발이다. 개봉은 9 10.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0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