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리듬)검찰, '줄사퇴'도 '검란도' 없는 이유



크게 크게 작게 작게 2020-01-15 오후 3:54:55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오늘 앵커리포트는 김웅 법무연수원 교수 사직 소식으로 준비했습니다.  김 교수는 사법연수원 29기로 부장급 검사로, 자전적 에세이 검사내전의 작가로도 유명합니다.
 
김 교수는 어제(14일) 국회가 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담은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안을 통과시키자 곧바로 검찰 내부 통신망인 이프로스에 사퇴의 변을 썼습니다. 제목은 <사직 설명서>.
 
김 교수가 올린 사퇴의 변은 강경하다 못해 원색적이기까지 합니다.
 
그는 이번 정부의 검찰개혁안, 아니 검경수사권 조정안을 19세기 노예무역선 아미스타드로, 국민을 아미스타드에 승선해 있는 아프리카인으로 빗댔습니다. 배를 끌고 간 사람들은 노예상인 백인으로, 현 정부를 뜻하는 것이지요. 
 
그래픽/뉴스토마토 최원식·표영주 디자이너
 
"우리에게 수사권조정은 아미스타드 호와 같습니다. 국민에게는 검찰개혁이라고 속이고 결국 도착한 곳은 중국 공안이자 경찰공화국입니다."
 
김 교수의 공개 사의가 주목되는 이유는 그가 한 때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검찰 쪽 실무자이기도 하지만 윤석열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찰 조직 내에서 상당한 신망을 받고 있는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정부·여당의 수사권 조정안에 강하게 반대하다 지난해 7월 비수사부서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또 현직 검사로는 드물게 여러 방송매체에 출연하면서 검찰에 대한 대국민 의식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그 배경에는 윤 총장이 전폭적으로 지원을 해줬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지요.
 
김 교수는 사직 설명서에 이런 말도 썼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최원식·표영주 디자이너
 
[자막] "언제는 검찰의 직접수사가 시대의 필요라고 하면서 형사부를 껍데기로 만드는 수사권조정안을 밀어붙이지 않았나요? 그러다 검찰 수사가 자신에게 닥치니 갑자기 직접수사를 줄이고 형사부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그 갈지자 행보는 어떻게 이해해야 합니까?"
 
김 교수의 이 글을 검찰개혁에 반대하는 한 평범한 검사의 항의로만 볼 수 없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저희 뉴스리듬에서도 여러차례 언급했습니다만, 이번에 개정된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은 지금 법무부가 추진 중인 검찰의 직제개편과 배치되는 부분이 적지 않습니다. 그 혼란과 공백은 결국 국민에게도 영향을 줄 우려가 있습니다.
 
김 교수는 또 이런 말을 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최원식·표영주 디자이너
 
[자막] "검찰 가족 여러분, 그깟 인사나 보직에 연연하지 마십시오. 봉건적인 명예는 거역하십시오. 우리는 민주시민입니다."
 
비장한 결기가 느껴지는 이말은 자칫 피가 뜨거운 젊은 검사들을 자극할만 하지만, 지금 검찰은 역대 비슷한 예와 비교할 때 매우 평온하고 잠잠합니다.
 
한 검찰 중간간부는 "검사는 공직자이니 공직자로서의 업무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고 현재의 검찰 분위기를 설명했습니다. 또 다른 중간 간부는 "과거와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직장을 소란하게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국민이 우려하시는 검란은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저희 뉴스리듬팀이 추가로 확인해 본 바로는, 후자의 설명이 더 진실에 가깝다고 보입니다.
 
검찰 내에서는 이미 젊은 평검사들을 시작으로 조직 변화가 시작됐습니다. 그것이 긍정적인 것인지 부정적인 것인지는 단정할 수는 없을지라도.
 
앵커리포트였습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0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