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 올린 '허태수 호', 보수적 GS에 '혁신 DNA' 심는다


허창수 회장, 15년만에 GS 회장직 '용퇴'

크게 크게 작게 작게 2019-12-03 오후 4:33:35

허태수 GS 신임회장. 사진/GS
[뉴스토마토 이아경 기자] 허태수 GS 신임 회장은 앞으로 그룹에 '디지털'과 '혁신'의 DNA를 심어 변화를 주도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선 허창수 회장이 빠르게 변화하는 사업 환경에 대응하라는 주문에 맞춰 그룹의 제2도약을 이끌어 나갈 것이라는 관측이다.
 
3일 허창수 회장은 용퇴를 결정하면서 "지금이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할 적기"라고 강조했다. 허 회장이 그동안 글로벌 기업으로서 GS를 안정적으로 일궜다면, 새 리더는 글로벌 감각과 디지털 혁신 리더십으로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룹에서 특히 디지털 리더십에 강점을 가진 허태수 신임회장은 GS홈쇼핑을 비롯한 그룹 전반에 '변화'를 유도할 전망이다. 허 신임회장이 사업에 변화를 이끌어 낸 것은 2007년 GS홈쇼핑 대표이사에 부임한 후 TV 위주였던 홈쇼핑을 모바일 쇼핑으로 전환한 게 대표적이다. 이후 GS홈쇼핑은 매년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고, 현재 업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계열사들이 그룹 외부의 파트너와 협력하는 사례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허 신임회장은 변화에 대응하는 경영 철학으로 대기업 혼자만의 힘이 아닌 외부 파트너와 적극 협력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적극 추진하고 있어서다. GS그룹 관계자는 "허 회장이 강조하는 오픈이노베이션은 온화하고 협력을 중시하는 GS 기업문화와 어우러져 GS그룹의 새로운 경영방침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특히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와 협력 모델이 주목된다. 예컨대 GS홈쇼핑은 2011년부터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B2C, C2C, 플랫폼 등 커머스 영역은 물론 인공지능, 데이터, 검색, 콘텐츠, 마케팅, 소셜네트워크 등 다방면에 걸쳐 스타트업을 발굴 및 협업해 왔다. 총 500여개의 국내외 스타트업에 투자했으며, 투자 금액은 3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10월에는 GS칼텍스, GS리테일, GS홈쇼핑 등 GS계열사가 함께 GWG (Grow with GS)프로그램을 개최해 대기업과 스타트업, 스타트업 상호 간의 교류을 통해 상생협력 모델 구축 등에 나선 바 있다. 
 
스타트업 투자와 함께 새로운 성장동력 찾기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허 신임회장은 지난 10월 말 GS 사장단 회의에서 미국 실리콘 밸리에 벤처 투자법인 설립을 추진하기로 결정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고 전해진다. 벤처 투자법인은 내년 상반기 중 설립될 예정이다. 
 
GS 허창수 회장이 30일부터 이틀간 대만에서 열린 사장단회의에 참석하여 전기 스쿠터 혁신 기업인 '고고로'를 방문하고 전기스쿠터를 시연해 보고 있다. 사진/GS
 
앞서 허창수 회장도 "연관 산업으로의 확장 모델 같은 기존 방식으로는 기업이 더 이상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데 한계에 다달았다"며 "디지털 전환 시대에 맞춰 글로벌 기업의 혁신 DNA를 배워 우리의 역량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업무 방식의 변화도 기대된다. 허 신임회장은 “이제는 최고경영자나 몇 명 리더의 역량으로 혁신을 끌고 갈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현업에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창업가 정신으로 무장하여 자발적 혁신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직원들의 업무 주도성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직원교육도 회사가 일방적으로 교육내용을 결정하기 보다 직원들이 스스로 필요한 교육을 제안하고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당장 이번 임원인사에도 '변화'가 엿보인다. GS건설과 GS리테일은 60대 부회장들이 물러나고 50대 부회장들이 승진했으며, 사장 인사의 경우 평균 연령이 57세로 전년도에 비해 3세 줄었다. 상대적으로 '젋은 인사'를 단행해 세대교체의 발판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미래 사업환경에 대응할 수 있도록 외부 인사를 영입한 것도 특징이다. 
 
GS그룹은 "허 신임 회장은 고객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데이터와 디지털 기술을 잘 사용해야 한다고 믿는다"며 "GS홈쇼핑 직원들이 디지털 전환을 경험하면서 많은 변화를 끌어낸 경험을 살려 이를 그룹 전반에 확산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허 신임회장은 디지털 신기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인공지능과 블록체인 기술이 가져올 미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며 "클라우드 등 IT 기술의 최신 경향을 GS그룹 전반에 전파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아경 기자 akl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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