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분양가 책정 '고무줄 잣대' 논란


"기본형 건축비는 상한선"이라며 불시의 삭감 움직임

크게 크게 작게 작게 2019-12-03 오후 5:17:31

[뉴스토마토 최용민 기자]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분양가를 잡기 위해 건축비 책정 기준을 갑작스럽게 바꿔 논란을 빚고 있다. 공공택지 내 분양가 산정과 관련해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분양가 심사위원회에서 기본형 건축비를 삭감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복병을 만난 업계는 사업 차질이 크다. 심사위원회는 기본형 건축비가 상한선이기 때문에 삭감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도 유예기간을 주거나 건설사가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정도의 합리적인 분양가 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공포된 주택법 시행령 제64조에 따라 분양가 심사위원회 민간위원이 줄고 공공위원이 늘면서 기본형 건축비 삭감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기본형 건축비는 분양가에 반영할 때 기존에 100%를 비용으로 인정해줬지만, 분양가 억제 정책 기조 아래 갑자기 지자체 심사위원회에서 이 기본형 건축비마저 삭감하려는 것으로 안다”라며 "여러 지자체로 점점 확산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현재 과천 지식정보타운과 송파구 위례신도시 등지의 신규 아파트 분양가 산정이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공공택지 내 분양가 상한제에 의한 분양가격 산정 방식은 건축비(기본형 건축비 및 건축비 가산비)와 택지비(감정평가액 및 택지비 가산비)로 결정된다. 기본형 건축비와 관련해 국토교통부 장관은 공동주택 건설공사비지수(주택건설에 투입되는 건설자재 등의 가격변동을 고려해 산정한 지수)를 반영해 매년 3월1일과 9월1일을 기준으로 고시한다. 올해 9월1일 기준 기본형 건축비는 평당 651만5000원이다. 지난 3월1일 644만5000원보다 1.04% 올랐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건설자재 인상 등을 고려해 기본형 건축비 상한선을 올렸는데, 이를 깎으려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불만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심사위원회가 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지자체 분양가 심사위원회는 그동안 정부가 제시한 기본형 건축비를 100% 인정해주고, 가산비 등을 더해 분양가를 책정했는데 정부의 분양가 통제 정책으로 이를 인정해주지 않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업계에서는 과천시가 최근 분양가 산정과 관련해 운영실태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심사위원들이 더 몸을 사리는 것 아니겠냐는 말도 나온다.
 
시장에서도 국토부가 건설자재 가격변동을 고려해 책정한 기본형 건축비마저 삭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기본형 건축비는 국토부가 인정한 가격인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그 가격까지 삭감하려는 것은 문제가 있다. 국토부가 인정한 가격은 심의위원회에서도 그대로 인정해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특히 분양가 인하를 위한 목적이 있다고 하더라도, 유예기간을 적용하는 등 건설사들이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명확한 근거 없이 기본형 건축비 등 분양가를 조정하려는 것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자체의 분양가 조정에는 명확한 근거가 뒷받침되어야 하지만, 그러한 과정없이 인위적으로 분양가를 조정하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김준환 서울디지털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사업에 대한 모든 리스크를 건설사가 감당해야 되는 상황”이라며 “사업성이 확보될 수 있는 차원에서 분양가가 합리적으로 정해질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한 견본주택에서 예비청약자들이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지역 아파트 모습. 사진/뉴시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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